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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ife/일상

싸구려 논문 (Cheap paper)

by SeulKom 2010. 10. 2.



논문을 읽는다

몇시간째 적잖이 눈이 쓰려온다

눅눅한 연구실책상에 팔뚝이 쩍 달라 붙었다 떨어진다

이제는 아무렇지 않어 랩선배 한마리쯤 슥 지나가도

무거운 메일 박스엔 시간마다 교수님 메일이 멈출 생각을 않는다

가슴이 답답해 온다 삐걱대는 문을 열고 밖에 나가본다

아직 환한 교수님방이 너무 가까워 숨쉬기가 쉽지를 않다

수만번 본 것만 같다 어지러워 쓰러질 정도로 익숙하기만 하다

남은 사람 없이 텅빈 랩을 잠근다

싸구려 논문을 읽는다 몇시간째 적잖이 눈이 쓰려온다

눅눅한 연구실책상에 팔뚝이 쩍 하고 달라 붙었다가 떨어진다



뭐 한 몇년간 세숫대야에 고여있는 물 마냥 그냥 완전히 썩어가지고

이거는 뭐 감각이 없어 랩세미나땐 구석 자리에 쭈그리고 앉아서

멍하니 그냥 가만히 보다보면은 이거는 뭔가 아니다 싶어

백날 써봐야 희끄므레죽죽한 저게 논문이라고 책상위를 뒤덮고 있는건지

저거는 뭔가 논문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너무 얇게 졸업은 어림도 없게

조금만 늦어도 누군가가 똑 같은걸 쓸 것 같은데 달력에 미팅날은 벌써 꽉차 있으나마나

한달만에 돌려받은 피칠갑된 논문을 보고 어우 약간 놀라

제 멋대로 남이 써놓은 논문 갖다 실험을 해보다 보면은

나았던 치질이 도지도록 해봐도 당췌 데이터는 빠져 나올줄을 몰라

언제 보낸지도 모르는 못살겠다

친구한테 보낸 메일을 다시열어보니 아뿔사 교수님 참조가

이제는 메일이 난지 내가 메일인지도 몰라

졸업 하기도 전에 찍히는 이런 상황은 뭔가





예전에 흘긋 보고 내 이야기와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는데

졸업 준비를 하면서 논문을 읽을때의 내 생각을 보는 것 같아서 퍼왔습니다 크크~

다른사람들이 생각지 못한 방법으로 정당성을 가지고 의견을 피력한다는게 이렇게 어려운 일인지 예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었는데, 이렇게 2년을 마감하면서 조금이나마 나에게 뭐가 부족한지 알게 되었다는 것은 참 고마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남은 기간 열심히 마무리 해서 후회가 없도록 노력해볼렵니다.

이 시대의 대학원생으로 살아가고 있는 모든 학생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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